2008년 7월 30일, 그렇게도 바빴나요?

2008/07/3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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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답답하다 못해 입에 신물이 가득 고였다. 이건 뭐 병신들도 아니고 그렇게 떠들어대던 인간들 다 어디가서 투표율은 그 모양이며 결과는 이따위인지 궁금해진다. 난 서울 지역 시민이 아니기에 투표할 권한이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관심을 가졌고 제발 심판을 받길 기원했다. 허나 2008년 7월 30일 수요일, 다른 날에 비해 지독스럽게도 바빠 선거에 참석하지 못한 대다수 서울 시민들은 공정택을 서울 교육감으로 인정했다.


1.
난 정말 이번 선거에 엄청난 기대를 걸었다. 왜냐, 그건 촛불집회를 통해 보여준 한국 국민의 잠재 정신을 맛 봤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키보드만 두들기며 입방정을 떤다는 비난 여론을 순식간에 잠재우며 전국민적 축제처럼 자리 잡았던 촛불집회, 그 자리를 메운 국민들을 봤기 때문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 말로 끝나는 시대는 지났구나.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그렇게 느꼈다. 그런 기대는 자연히 이번 교육감 선거로 옮겨갔다. 이명박 정부의 그릇된 판단으로 기준이 마련된 교육 정책을 심판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사람들은 심판을 외쳤다. 나 또한 그리 되리라 믿었다. 허나, 그 믿음은 무너지고 말았다.


2.
투표율 15.4%. 정말 수치스러운 숫자다. 선거권을 가진 서울 시민 100명 중 겨우 15명이 선거를 하기 위해 약속된 장소로 모였다는 이야기다. 다른 지역도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서울이 이럴 수 있나. 유독 서울만 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촛불집회 때 그 엄청난 결집력을 보여줬던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심판을 가한 것 역시 서울이었다. (물론 그 외 지역에서도 심판을 가했다.) 그런데 어쩜 선거만 닥치면 이런 결과를 보여주는 것일까.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고 드높일 수 있는 정당한 목소리는 맘껏 내팽겨치고, 일과를 마친 후 힘겹게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즐겁게 여기는 신기한 시민들이다.


3.
독도 문제 덕분에 살짝 묻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 이명박 정부가 떠 안고 있는 문제는 산더미같이 많다. 국민이 아무리 목에 핏줄 터져라 외쳐도 귀 닫고 자기 생각으로만 가는 멍청한 대통령에게 국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선거 뿐이었다. 적어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공정택이 아닌 다른 후보가 선정됐다면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그의 패거리들은 또 한번 '어이쿠' 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기고만장한 모습을 봐야만 한다. 그래, 사람들은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 정책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미 끝난 선거 이렇네 저렇네 긴 말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뭔가 일탈과 같은 것이라 하여 들뜬 나머지 너도나도 집회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같은 기본 권리는 죽어라 무시하면서 집회에만 참석하면 정부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진지한 고민을 한번쯤, 아니 항상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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