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위험이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내용 읽기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봤을 시 생기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아요 :)



0.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맘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 IMAX 관에서 보겠다고, 그것도 좋은 자리에서 보겠다고 일산 CGV에 조조로 예매를 한 후 약 일주일 동안 이 영화를 볼 날만 기대했다. 개봉하기 전부터 이미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된 이후 그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그 어느 평을 봐도 이 영화에 대한 찬사만 있을 뿐이었기에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를 본 그 날, 나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멍하니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껏 빠져 들었기에 현실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다크나이트>를 보며 마치 내가 고담 시의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덕분에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정확히 분간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1.
팀 버튼 감독이 만들었다는 오리지널 <배트맨>을 본 바 없기에 원래 배트맨의 분위기가 어땠고 연기가 어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즉, 많은 평론가들의 평가와 관람한 분들의 리뷰에서 언급된 수많은 비교를 실감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로 제작한 배트맨 시리즈의 첫 편인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 내의 배트맨을 만났고 그랬기에 그의 분위기만을 알 뿐이다.

그럼에도, 굳이 비교 대상이 없음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표현한 영화 <배트맨>의 분위기는 매우 만족스러웠고 이외의 다른 분위기는 떠올리기 힘들 정도라는 것에는 동감한다. 희극적인 대상으로 묘사한 배트맨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도저히 상상하기가 힘들고.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배트맨>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를 정도라고나 할까. 매우 매력적인 분위기이고 느낌임엔 틀림없다.


2.
많은 분들이 호평을 보낸 바 있는 '연기력' 부분이었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달리 말을 붙일 것이 없다. 크리스찬 베일이 몸소 표현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이중 생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오는 여러 갈등은 맘 속 깊이 와 닿았고 그의 심적 고통과 고뇌는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하지만 역시 크리스찬 베일보다는 주연 아닌 주연이었던 히스 레저에게 눈이 간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배트맨>을 관람하기 전에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를 열연한 히스 레저에게 쏟아지는 극찬에 반신반의 했었다. 이유는 히스 레저가 '사망한 배우'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심이 높아진 것이고 고만고만한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호평을 내던진 건 아니었을까. 그런 의심?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내 머릿 속에 남은 것은 '배트맨'이 아닌 '조커'였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 그가 내뱉었던 수많은 말들, 그의 표정. 그의 연기는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단지 대사를 읊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이미 조커처럼 만들어 놓고 생각하며 말하는 듯한 그런 느낌. 조커에 대한 세세한 표현들은 그런 느낌을 더욱 충만하게 해 줬다.


3.
대부분의 헐리웃표 대작 영화들이 '흥미' 면에서는 매우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로부터 쉽게 인정받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단지 '흥미'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에 남는 메시지가 없고 매번 똑같은 구조와 결말에 많은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다크나이트>는 그러한 공식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증명해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를 만드는데 있어서 화려한 비주얼이나 영웅으로써의 면모보다 좀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고 이 사회에 적용시킬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를 원한 듯 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써의 인간,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 그 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그런 것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게 만든 영화였다.

특히 '하비 덴트'라는 인물에게서 비춰진 선과 악의 종이장처럼 얇은 경계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고, 과연 스스로 '선'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는 진정 '선'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언젠가 나도 저 같은 상황에 놓이면 투 페이스가 될 것인가 하는 고민.


4.
'별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은 완벽한 영화!'
이런 닭살 돋는 평가가 가능한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기뻤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좀더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위해 기다린 보람이 있는 영화, 몇번을 더 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영화, 오히려 몇번을 더 봐야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다크나이트>는 그런 영화였다.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히스 레저가 더 이상 우리 곁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일까. 조금만 있으면 히스 레저가 '놀랐지?' 미소 지으며 스크린에서 인사할 것 같은데 그가 죽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조커'의 그 소름 돋는 존재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음 <배트맨>을 기대해 본다. :)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니 이런 장관이 :)




Comments

  1. 키아 2008/08/30 23:10

    솔직히 배트맨은 비긴즈 안본사람들은 재미없게본다죠...

    그중 하나라서 슬픈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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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시 2008/08/31 14:40

      누가 뭐래도 역시 시리즈 영화는 전편을 꼭 봐야만 재미를 더할 수 있다죠 :) 좋지 않은 방법이지만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도 구할 수 있으니 본 뒤 관람하시는 것도 (...)

    • 조커한테 강간당하기 2008/10/29 20:30

      오히려 비긴즈가 잼없게 느껴진 1 인 !! 다크나이트가 훨 났다져...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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