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거의 두 세달 만인 것 같다. 간만에 밤을 샌다. 밤을 새리라 마음을 먹고, 집으로 걸어 오는 길에 깊은 숨까지 쉬었다. 오다가 잠깐 마트에 들러서 몽롱해 질 머리를 위한 초콜릿 음료와 초콜릿까지 샀다. 책상 옆에 고이 모여두니 왠지 마음 한켠이 든든해진다. 이걸 먹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풉, 웃긴다.
1.
밤을 샌다는 것, 그것은 불과 2년 3년전만 해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2시간씩 자는 생활을 1주일이 넘도록 반복해도 몸이 쌩쌩하던 시절이었다. 이제 21살의 겨울을 맞이하려는 내게 이것이 힘들어진 것은, 그것도 늙어서일까 아니면 마음이 약해져서일까. 심히 궁금해 지는 밤이다.
2.
밤을 샌다는 것, 그것은 이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됐다. 다음 날의 피곤이 걱정되고 트러블이 생길 피부가 걱정되고, 그런 부가적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일단 마음이 이것을 거부한다. 물론 밤을 새는 것이 좋은 일이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겁부터 나고 거부감부터 드는 것일까. 2년 3년 전의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게임 기획서를 쓰며 기뻐했고 밤을 새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즐거웠는데 이젠 겁이 난다. 싫어서가 아닌데 겁부터 난다.
3.
대학에 오고 더 큰 세상을 만나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진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산다고 해서 내 실력이 좋아질까, 성공할 수 있을까,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 난 자신있다고, 할 수 있다고 남들에겐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르는 것은 걱정과 염려 뿐이다. 외유내강이 돼야 하는데 외강내유가 되니 사람이 참 가엾게 느껴진다.
4.
그래서 이젠 머리보단 가슴으로, 생각보단 행동으로 살려고 한다. 숱한 고민과 계획이 머릿 속에서 빙글빙글 돌지만 언제나 두렵고 무서운 건 그것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라 결론지었다. 그리하여 이젠 나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그러한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도 머릿 속으로만 생각해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자꾸 두들겨보고 모르더라도 자꾸 만질 때서야 비로소 해결이 된다. 그것이다. 사람의 머리는 끝이 없는 무한한 컴퓨팅 시스템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단점이 될 때, 그것은 비로소 눈으로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형태로 구현이 돼야 장점이 된다.
5.
밤을 새는 것 가지고 말이 많은 것 같다. 그냥 초콜릿 우유 마시면서 하던 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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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밤새면 죽을거 같아요 ㅠ.ㅠ
죽을 정도로 힘들다면 절대 새면 안돼죠 :)
자기에게 맞는 생활 패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밤 새고 나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틸만은 하더라고요^.^
저도 예전에는 몇 일 밤 정도야 잠깐잠깐 새우잠자면
끄떡없었는데..이제는 하루만 그래도
진짜 2-3 일 정도는 여파가............ㅠ.ㅠ
체력도 체력이지만 마인드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면 육체적 피곤을 정신력으로 무찌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