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샌다는 것

2008/10/30 00:43

0.
거의 두 세달 만인 것 같다. 간만에 밤을 샌다. 밤을 새리라 마음을 먹고, 집으로 걸어 오는 길에 깊은 숨까지 쉬었다. 오다가 잠깐 마트에 들러서 몽롱해 질 머리를 위한 초콜릿 음료와 초콜릿까지 샀다. 책상 옆에 고이 모여두니 왠지 마음 한켠이 든든해진다. 이걸 먹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풉, 웃긴다.

1.
밤을 샌다는 것, 그것은 불과 2년 3년전만 해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2시간씩 자는 생활을 1주일이 넘도록 반복해도 몸이 쌩쌩하던 시절이었다. 이제 21살의 겨울을 맞이하려는 내게 이것이 힘들어진 것은, 그것도 늙어서일까 아니면 마음이 약해져서일까. 심히 궁금해 지는 밤이다.

2.
밤을 샌다는 것, 그것은 이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됐다. 다음 날의 피곤이 걱정되고 트러블이 생길 피부가 걱정되고, 그런 부가적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일단 마음이 이것을 거부한다. 물론 밤을 새는 것이 좋은 일이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겁부터 나고 거부감부터 드는 것일까. 2년 3년 전의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게임 기획서를 쓰며 기뻐했고 밤을 새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즐거웠는데 이젠 겁이 난다. 싫어서가 아닌데 겁부터 난다.

3.
대학에 오고 더 큰 세상을 만나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진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산다고 해서 내 실력이 좋아질까, 성공할 수 있을까,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 난 자신있다고, 할 수 있다고 남들에겐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르는 것은 걱정과 염려 뿐이다. 외유내강이 돼야 하는데 외강내유가 되니 사람이 참 가엾게 느껴진다.

4.
그래서 이젠 머리보단 가슴으로, 생각보단 행동으로 살려고 한다. 숱한 고민과 계획이 머릿 속에서 빙글빙글 돌지만 언제나 두렵고 무서운 건 그것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라 결론지었다. 그리하여 이젠 나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그러한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도 머릿 속으로만 생각해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자꾸 두들겨보고 모르더라도 자꾸 만질 때서야 비로소 해결이 된다. 그것이다. 사람의 머리는 끝이 없는 무한한 컴퓨팅 시스템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단점이 될 때, 그것은 비로소 눈으로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형태로 구현이 돼야 장점이 된다.

5.
밤을 새는 것 가지고 말이 많은 것 같다. 그냥 초콜릿 우유 마시면서 하던 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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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키아 2008/10/30 22:00

    밤새면 죽을거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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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MAolosta 2008/11/01 04:01

      죽을 정도로 힘들다면 절대 새면 안돼죠 :)
      자기에게 맞는 생활 패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밤 새고 나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틸만은 하더라고요^.^

  2. 제이슨소울 2008/11/03 13:29

    저도 예전에는 몇 일 밤 정도야 잠깐잠깐 새우잠자면
    끄떡없었는데..이제는 하루만 그래도
    진짜 2-3 일 정도는 여파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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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MAolosta 2008/11/04 00:47

      체력도 체력이지만 마인드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면 육체적 피곤을 정신력으로 무찌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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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19

2008/08/19 01:54
그래도 내 인생은 후회할만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주는대로, 주어진 대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이와는 달리,
나는 지금까지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모두 선택을 통해 지나오지 않았나.

고등학교 진학의 순간에 애니원을 선택한 것도,
대입 수시 원서를 넣는 순간에 인하대를 선택한 것도,
남들 군대갈 때 게임 아카데미를 선택한 것도,
그리고 최종적으로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겠다 생각한 것도.

모두 내 판단에서 이뤄진 것.

난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안심한다.

내 선택에 따라 이뤄진 일이기에.
그래서 나는 더 노력해야 함을 알기에.


인생에 회의감을 갖지 말자.
과거의 어느 순간 내가 지금의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후회하지 말자.

이미 지나 온 순간을 바꿀 수는 없고,
설령 바꼈다 한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또 그 순간 지금의 결정을 한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며
그 이유가 그릇된 것이라고 이제와서 생각하게 된 것은
그 이유가 정말로 그릇된 것이 아니라 몸이 힘들든 마음이 힘들든
어떤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서,
그래서 마음은 항시 변할 수 있지만-
변치 않는 가치로 판단하려 노력한다면

나는 내 인생에 대해 확신할 수 있고
자신할 수 있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정말 즐기고 싶어하는 건 무엇인가.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Comments

  1. 여담 2008/08/31 15:45

    저희 큰아빠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어요. 후히는 어쩔 수 없이 하게된다고 ㄲㄲ 방법이 없대요.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것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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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시 2008/08/31 19:57

      네, 그런 것 같아요 :)
      지나간 일은 아무리 후회해도 바뀔 것이 없으니 결국은 긍정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 밖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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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난 달 말부터 네오위즈 게임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다. 클라이언트 클래스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 때도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배웠고 실제 ㅡ허접한 수준의ㅡ게임도 제작을 해 봤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확실히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높았다. 허덕이고 있지만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포기를 할 수 없고,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조차 없다.

1.
그런데 자꾸만 자책감에 목을 매고 있다. 매주마다 주어지는 엄청난 분량의 과제를 제대로 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해 주는 내용은 이해를 할만한 수준이다. 못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매주 허덕인다. 발표 시간에 100% 완벽한 코드를 선보일 수 없다. 왜, 무엇이 문제일까. 2008년 7월 30일 새벽 2시를 넘는 시각, 그 생각으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2.
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노력의 부재다. 실력의 부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력을 탓하기에 지금 내 상황이 그렇지 않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그리 말할 수가 없다. 자만일까. 그런데 노력만 하면,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으면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놀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게다가 대학교처럼 학점이 연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는 지금의 과제에 대해 너무나도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실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과제로 주어진 것에 대한 개념은 이해하고 있고 그렇다면 Logic을 짤 수 있기에 구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력, 그것 뿐이다.

3.
본인의 고질적인 문제임을 잘 알고 있어서 자책감의 수준 역시 높아진 것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와서도 항상 초기에 먹었던 그 엄청난 결심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그것의 반복 덕분에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어떤 결과를 얻은 적이 없었다. 아쉽긴 매 한가지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지'라는 맘 편한 생각만으로 지나치는 게 버릇처럼 돼 버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4.
그런데 참 웃긴 것은 이것의 해결 방법 역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난 항상 꿈을 갖고 살아간다.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디렉터가 되겠다는 것. 그것이 내 꿈이다. 하지만 이 지점까지 가기 위한 과정의 맵을 한번도 그린 적이 없다. 요 몇달간 나는 무엇을 이루어야 할 것인지, 그것을 위해 이 주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고 지금 이 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을 한순간도 잡은 적이 없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아, 할일도 없는데 웹 서핑이나 할까'로 모든 시간을 채운다.

5.
누구는 이 글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더라.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어디야'. 마찬가지 심정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도 이러는 건 뭐야'. 이젠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이런 마음을 재차 다시 먹는 것도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래도 이런 글을 또 쓰고 이런 맘을 다시 먹는 건 누구 말처럼 아직 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겐 아직도 살아갈 많은 시간이 있고 해야 할 많은 일이 있고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 위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죽어라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언젠간 이런 패턴을 깨트리고'라는 표현을 쓰겠지만 이젠 그것만으로 부족하구나 싶다. 당당히 이야기 하련다. '이제, 지금 당장, 이런 패턴을 깨트리고'라고 하련다. 작심삼일이 당연한 것처럼 회자되는 상황에서, 그것은 당연한 게 아니라 게으른 것임을 스스로 상기시킬 수 있도록 행동해야겠다. 지금 당장.

Comments

  1. 키아、 2008/07/30 12:36

    아....잘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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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시 2008/07/31 01:54

      개인적인 푸념인데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감이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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