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소실을 애도하는 게 어때서?

2008/02/15 18:28
올블로그에 발행한 mukie님의 '남대문에다 대고 헌화하고 추모를 한다고?' 란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얼추 내용을 예상할 수 있는데요. 전체적인 내용은 조금 자극적인 말로 '남대문 소실에 헌화하고 추모까지 할 정도의 오버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난 설에 조상님 묘를 찾아 꽃을 바치며 그렇게 맘을 썼느냐고 쓰시며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까마귀 고기를 구워먹은 듯 까맣게 잊고 대수롭지 않게 일상을 영위할 터인데.'로 마무리를 한 그런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숭례문 소실을 애도하는 것에 대해서 굳이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겨눌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예로 낙산사 화재 사건을 말씀하셨는데, 그때도 국민 대다수는 매우 안타까워 했고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이번 숭례문 소실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다는 게 차이일 뿐이죠. (더불어 제 생각 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낙산사 화재 사건이 발생한 2005년에 비해 2008년 현재 매우 비대해 진 블로고스피어의 영향 때문에 그렇게 비춰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낙산사와 숭례문을 비교하시면서 보물이라 중요하지 않고 국보 1호는 중요해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고 하셨는데 그건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낙산사와 숭례문의 가치를 따지며 슬퍼하고 애도한 것이라기 보다는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국보, 그것도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소실에 대한 상실감이 더 컸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요. 차를 타고 가면서, 혹은 걸어 가면서 한번쯤은 마주쳤던 익숙한 우리의 문화재가 한순간 불에 타 버리다니! 이런 상실감 말이죠.

또 숭례문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문화 유산입니다. 덕분에 학교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회사를 갔다가 퇴근하는 길에 잠깐이라도 들러서 불에 탄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특징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을 강원도에 위치한 낙산사의 상황과 비교하기엔 큰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mukie님의 글 중에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터져야만 그제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남대문에 대한 무한애정과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챙겨왔던 선지자들인 양 정치선동가식 감정과잉의 글과 행동들을 뿌려대는 것인지.'라는 부분은 논지와 살짝 어긋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도 숭례문 소실과 관련해 여러 글을 썼지만, 사실 이와 관련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확히 짚어내기가 힘들 뿐 더러 이런 이유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인 글을 마구 써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중의 특성상 관계자들의 실수와 잘못된 시스템을 개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적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가지 의문은 mukie님의 글 중 마지막 부분인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까마귀 고기를 구워먹은 듯 까맣게 잊고 대수롭지 않게 일상을 영위할 터인데.'가 어떤 의미로 쓰셨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어차피 잊을텐데 뭣하러 이런 행동들을 하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나 그런 것이라면 조금 위험한 의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잊게 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에 대해 성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한 때 뿐이라 할 지 언정(물론 앞으로는 그래선 안되겠지만) 이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큰 상심을 했는지,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될 것임을 스스로 자각하고 깨우쳐야 할 것입니다. 숭례문에 헌화하고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그런 의도로써의 행동들 중 하나라고 이해하면 어떨까 싶네요.



뭐, 어찌됐든 모든 국민들의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벌어져선 안된다는 것! 숭례문 소실을 계기로 모든 국민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한번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관계자 분들도 더 이상 '네 탓 공방'은 그만 접어주시고 스스로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나를 먼저 판단해 주세요. 그리고 이것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지 명확한 의지와 정확한 로드 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셔야 할 것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이 조금 걸릴 지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대처해 주십시오.


결국 국민의 바람은 그것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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