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칩니까?

2008/03/22 20:29


당혹스럽다!

'경악'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동영상이다.
황당하다. 당황스럽다. 대한민국에 저런 곳이 있다니. 저런 쓰레기 같은 곳이 있다니.


대한민국 교육은 괜찮은 것일까?

얼마 전, MBC 신년기획 교육 3부작 <열다섯 살, 꿈의 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OECD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보여주며 과연 우리 한국 교육의 현 주소는 어떤가 생각하게 하는 매우 의미있는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일랜드였다. 그들은 전환학년(Transition Year)라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 학년에 이른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경험도 쌓고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 한국의 제도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때에 그들은 학교에서 벗어나 세상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20년 전만 해도 낙농을 주요 산업으로 했던 아일랜드가 부국으로 성장한 것은 교육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작부터 달리하는 새로운 교육 환경이 있었다. 그들도 처음 이러한 시스템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현재 아일랜드의 학교들은 너도나도 이 시스템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의 부작용은 단 하나, 성적 향상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 OECD의 학업 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이하 'PISA')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한국과 핀란드가 주목을 받았다. 교육 수준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 한국과 핀란드, 그러나 양국의 교육 시스템은 현저히 달랐다. 완전히 다른 선로를 밟는 두 시스템 사이에서 비슷한 성적이 나오자 세계 언론이 주목한 것이다.

서열을 강조하는 한국의 환경과 달리 핀란드는 평등을 강조하고 협력을 중요시 하는 교육 환경을 갖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것도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지 알아내는 장치일 뿐이다. 성적표에 등수는 적혀있지 않다. 우등생을 위한 심화 학습은 없지만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한 보충 학습은 존재한다. 수업 시간에 모두가 같은 문제를 풀 필요도 없다. 잘하면 조금 어려운 문제를, 못하면 조금 쉬운 문제를 풀면 된다.

그에 반해 한국의 환경은 안쓰럽다.
인터뷰를 한 한 학생의 이야기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짚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꿈이 뭐예요?"
"꿈이요?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저희는 고등학교 일단 잘 가서 대학 잘 가면 그때 뭔가 꿈이 생기겠지...... 다 이런 생각 갖고 그냥......"

꿈이 없는 곳, 미래가 없는 곳. 그곳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는, 바로 이곳. 한국이었다.


대학이 밥 먹여 준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만들어 낸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소년기를 학교에서 보낸다.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며 아주 작은 사회 생활을 배워 나간다. 도덕 책에 적혀 있는 이런 내용들, 하지만 실제 생활에 적용시키기엔 실소하게끔 만드는 귀여운 말장난 같아 보인다.

논란의 쟁점이 된 진성 고등학교의 이야기는 이러한 한국 교육 환경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 대학만 잘 가면 인생의 비단길이 펼쳐진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만들어 낸 참으로 지독스러운 교육의 장이다. 학교에서 호화 생활을 바라는 건 쓸데없는 욕심이겠지만 학생들이 고발하는 생활 환경은 감옥과 다를 바 없다.

전교생 기숙사 생활. 그런데 저 전교생이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학교는 부리지 말아야 할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몸을 뒤척이다가 떨어지기 쉽상일 정도로 좁아터진 침대, 녹이 슬어서 옷을 넣어 놓기도 꺼름직한 사물함, 학생 수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적은 시설로 씻고 싶어도 씻지 못하는 학생들의 탄성. 학생들이 지어낸 소설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짜증나고 재수없는 이야기다.

이 학교의 실상이 공개된 건 KBS 시사투나잇의 공이 크다. 그런데 방송이 나가고나서 학교가 취한 태도는 경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어제 종이 비행기 잘 봤습니다. 종이 비행기 아주 잘 봤습니다.
2007년도까지 가능했던 일입니다.

락카칠 한 것 잘 보고 잘 지웠습니다.
2007년도까지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사장님 실 푯말 꽂아 놓이면 없어지고 꽂아 놓으면 없어지고.
3회간 아주 선생님 잘 지켜봤고요.

생활관 5층 낙서, 초등학교 1~2학년 수준 내용들
아주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

여러분들은 학생입니다. 진성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선생님들은 바보 아닙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선생님들이 노력합니다.
노력해도 되는 게 있고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것은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함께 논의해가야 합니다.
여러분들 대학생 아닙니다. 여러분들 인생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비판의식, 부정적인 사고방식 필요없습니다.
여러분 인생에 도움이 안됩니다.

시사투나잇 방송 후 학교 조회 시간의 방송 중 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직접 녹음을 해서 동영상으로 제작을 했다. 정말 어이없는, 아니 이 말로는 형용이 안 되는 저질스러운 방송이 아닐 수 없다. 이따위 이야기를 지껄이는 교사라는 인간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인격이 형성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할 때에 어찌 저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당황스럽다.



근본이 무시되는 사회를 만드는 학교

사실 동영상 내용을 보고 별 감흥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본 이야기이므로 학생의 편파적 판단만이 깃들어 있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두발 규제, 체벌, 감시-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도 있는 그저 '평범한' 문화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곳의 문제는 그보다 더 근원적인, '인권'에 대한 일이다. 좀더 나은 생활 수준을 영위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마땅히 가지고픈 자유에 대한 욕망이다. 플러스를 바라는 게 아니라 원점, '제로(0)'를 바라는 너무나도 애처로운 몸짓이다. 그런데 그걸 짓밟고 있는 것은 군대도 아니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타국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바로 그곳, 학교인 것이다.

이것은 정말 문제 중의 문제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의 진국을,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에 대한 재연을 다른 곳도 아닌 학교가 하고 있다니. 이것은 진정으로 시사화 돼야 하고 해결이 돼야 한다. 진짜 제대로 쇼 하고 있다.

논리비약일지 모를 이야기지만,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는 이야기 많이 한다. 악질 범죄가 많아지고 있어서 밤길 다니려면 큰 맘 먹어야 할 정도다. 생명 경시, 인권 탄압. 정말 이유없는 범죄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 다 여기서 나오는 건 아닐까? 배운 게 이런건데 그들이 세상에 나가서 무얼 하겠는가.

앞서도 이야기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에서 보낸 청소년기를 통해 인격이 형성되고 자아를 찾는데, 그 중요한 시기에 무시당하는 것, 인격을 짓밟는 것. 그런 걸 배운다면 그들의 인격과 자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근본이 무시되는 사회를 만드는 건 대통령의 잘못도, 경찰의 잘못도 아니라-
순전히 학교의 잘못이라 해도 학교는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유구무언, 그대를 위한 말은 아닌가.



이 일이 한국 교육 개혁의 신호탄이 됐으면

더 이상 방치하기엔 너무 무섭고 삭막하다. 진성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생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수감자로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이고 편파적 판단일까? 분명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인권 탄압이다. 두발 규제 이런 걸 떠나서 그보다 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님께서는 어줍잖은 땅 파기에 전념하지 마시옵고 이런 일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대운하 판다고 떠들지 않고 교육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으면 그나마 좋았으려나.

어찌됐든 개인적으로 이번 문제가 그저 한 학교의 문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좀더 크게- 넓게! 대한민국 교육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첫째는 진성 고등학교에서 인권을 무시당하고 있는 가여운 학생들을 구원하는 일이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뿌리까지 뽑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하는 것이다.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 지쳐가는 대한민국 학생들, 기울어가는 가정 경제.
이제는 뽑을 때도 된 것이다. 썩을대로 썩어서 냄새가 올라오지 않는가. 지금 뽑지 않으면 나라가 썩을지도 모른다.

부디, 한국의 학생들의 성적을 다른 나라 학생들이 '진정으로' 부러워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방송 보고 놀랬을 어르신들께 드리는 글

까놓고 말한다.

학교의 웃어른 새끼들은 왜 이렇게 고리타분 하고 저질스러운가. 못 배워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인간성 자체가 글러 먹어서 그런가? 그들이 자란 시대적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문제 의식은 갖고 있으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욕 받아 드시고 싶은 알량한 변명일 뿐이다.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도덕 교육 없애던가. 입으로 내뱉는 달콤쌉사름한 말로 학생들 가르칠 때는 언제고 그걸 제대로 밟아서 부숴버리는 건 도대체 뭔가? 인권? 민주주의? 쓸 줄은 알고 가르치는 건가? 의미는 제대로 아는가?

그대들은 연쇄 살인범보다도 더 한 살인범이다. 나라를 죽이려 들었으니. 미래를 지우려 했으니. 그 죄는 어찌 갚아야 국민들 속이 시원할까. 지금이라도 개과천선 해라. 제발, 진짜! 쫌!!!!!!!!!!!!!!!! 부탁이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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